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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봤던 만화 하멜의 바이올린, 간만에 다시 한번 다 봤습니다.
하멜의 바이올린, 정말 몇 안되는 진정한 용사의 이야기. 특히 요즘의 그 질릴 정도로 소년만화에서 써먹는 선악 구도의 모호성에 지친 분이라면 봐둬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만화입니다. 요즘의 외모나 분위기만 멋진 그런 가짜 같은 악당이 아니라, 진정한 악이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멜의 바이올린은 잔혹합니다. 이 세계에, 자비는 없습니다. 인간들은 마족의 먹이입니다. 그들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은, 마족이 아직 살려두고 있기 때문. 성녀는 마왕에게 속아 둘의 피를 이은 남매를 낳습니다. 용자와 그 여동생이 물려받은 대마왕의 살과 피는, 용사 남매를 지옥으로 몰아넣습니다. 성녀는 수정에 갇히고, 용사는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여동생은 수천의 나라를 멸망시킵니다. 한 여자아이가 용사 일행에게 꽃을 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왕국이 벌레처럼 몰살당하고, 죽은 후의 혼마저도 심심풀이처럼 농락당합니다.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고해도, 적이 지닌 압도적인 강함 앞에서는 벌레처럼 희롱당할뿐. 팔이 잘리고, 다리가 터지고, 배가 날아가고, 머리가 부서지고, 성대가 찢깁니다. 한때는 인류의 수호신이라 불렸던 이는, 비참하게 죽은 후 시체마저 꼭두각시가 되어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이들을 살육합니다. 하멜의 바이올린은 상냥합니다. 이 세계엔, 희망이 있습니다. 인간은 나약하지만, 서로를 믿고,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를 위해 싸우며, 서로를 위해 싸우려고 합니다. 그들에게서 웃음을 뺏기란 지난한 일입니다. 성녀는 인간에게 수없이 배신당하고, 그들을 의심하면서도 최후의 최후까지 결국 믿고야 맙니다. 마족이라하여 차별받고, 울먹이던 소년은 마음 착한 친구를 발견하고 용사로써 성장합니다. '한번 날면 세개의 마을을 불태우고, 그 대낫은 수백의 인간을 한순간에 찢는다는' '하메룬의 붉은 마녀'라 불리던 여동생은 동료들을 만나 속죄의 의미를 얻습니다. '하메룬의 붉은 마녀'에게 나라를 잃은, 울보에 어리광 피우는 것밖에 모르던 왕자는 단지 수정에 갇힌 어머니에게 사랑받기를 바랄 뿐이던 작은 소녀를 용서하고 아픔을 뛰어넘어 세계 제일의 검사가 됩니다. 친구에게 부모를 잃은 소년은, 친구를 용서하고 인류를 위해 싸우게 됩니다. 한때 영웅인 대신관에게 보살핌받던 소년은, 그때의 그와 똑같은 대신관이 되어 그에 의해 사지가 터져나가면서도 그의 영웅에게 안식을 부여합니다. 고아였던 소녀는, 어머니의 사랑을 자각하고 '성녀'가 되어 용사와 함께 마왕을 다시 봉인합니다. 수없는 희생을 치르고, 수없는 아픔을 겪고, 수없이 현실에 좌절하지만. 수없이 도전하고, 수없이 노력해서, 결국에는 모두를 구원하고야 마는. 하멜의 바이올린은 그런 용사와 동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 옛날, 판도라의 상자가 있었습니다. 판도라라는 여자가 상자를 열고, 그 안에서 천억개의 절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그 상자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 제 인생의 명작 소년만화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반드시 들어가는 몇개의 만화 중 하나, 하멜의 바이올린입니다[웃음] 이 만화의 장점 겸 단점이 있다면, 어이없기까지한 개그. 어디에서건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개그는 면역이 없는 사람들에게 학을 떼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만화에서 개그가 없다... 정말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암울한 만화가 되었겠지요. 그 좋은 본보기가 실제로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외엔 정말로 단점이 없는 만화입니다. 판타지의 왕도를 충실히 걷고 있지요. 거기다가, 정말로 잔혹한 만화라는 점도 플러스. 주연급의 사지를 망설임없이 날려버리고 죽이는 그 결단력은 이 만화가 아니고선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랄까, 남자훈련소의 중국 4000년 비술은 좀 퇴장하시고[담배] 개인적으로 얘기하지만, 류토[류트]왕자는 지금까지도 꼽는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죠. 소년만화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하게 죽고[팔이 가루가 되고, 다리가 잘리고, 성대를 찔려 말을 못하게 되고, 안구를 베여 시력을 잃고, 온몸을 창으로 꿰이는]시체마저 마족에게 농락당한 인류의 구세주. 대신관 클라리의 왕자를 향한 절절한 애정[웃음]은 세계만화사상 베스트에 들 만한 명장면이라고 멋대로 생각중입니다. 이 남자가 결전 10년후까지 독신주의인 것은 왕자를 잊지 못해서라고 해도 납득할 정도[...] ...아 진짜 제가 BL 별로 좋아하는 건 아닌데 클라리X류토는 동인이 안 꼬이는게 이상한 실질적 원작 공인 커플링이라 ㅜ_ㅠ 꼭두각시 왕자에게 사지가 터져나가면서도 입으로 왕자의 혼을 물고 그 입에 넣어주는 모습은 보통 사람도 망상하게 만듭니다. 제가 인정하는 몇 안되는 BL 커플링입니다. 그러나 또 혼을 되찾았다고 행복해질 꿈 같은 건 꾸지도 말라는 작가 양반의 잔혹한 공격이 뒤이은 덕에 류토 왕자는 행복해질 틈도 없이 저세상에[...] 이 만화 진짜 밑도 끝도 없이 잔혹한 만화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뻥] 이 작가님... 와타나베 미치아키씨가 최근 팬텀 데드 오아 얼라이브 인가 하는 걸 연재중인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이 작가의 부조리 개그와 스토리는 현실 배경에선 잘 살질 않네요. 다시 판타지로 돌아가면 또 명작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덧. 원피스의 조로가 사용하는 삼검류 도깨비 참수는 본래 이 만화의 '시저 슬래쉬'가 원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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