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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소개 포스트를 아래로 밀어내기 위하여 ㅡ_-
전에 써놨던 물건을 하나 드롭. 완결까지 올릴까는 의문이긴 한데. ------------------------- [東方 SS] 동방멸망극東方滅亡劇-제일막 VS 샤메이마루 아야 / 키리사메 마리사가 그녀를 만난 것은 아무런 특별한 일도 없던 지극히 평범한 날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여느 때처럼 무녀가 있는 신사에서 집으로 날아오던 도중이었다. 바람이 세지만, 생각보다는 선선하고 태양빛이 따듯하게 내리쬐던 날, 여느 때처럼 레이무에게 탄막놀이로 완패를 당한 그녀는 분을 참지 못하고 연구를 계속하러 온 것이다. 그 홍백의 비겁무녀와 그녀는 꽤나 친한 사이지만, 그것과 탄막놀이는 별개다. 랄까, 지금까지 두 사람의 탄막놀이 전적을 살펴본다면 아마 둘의 관계가 친구가 아니라 애인이었대도 마리사가 여태껏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아무리 '단순한 게임'이라도, 그것이 대결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불타오르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그 패배가 서로의 관계에마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이다. 결론으로 들어가자면, 마리사는 최근 승리 전적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분패, 분패, 분패... 연속되는 굴욕적인 패배에 마리사의 정신은 그 때 상당히 위험상태였다. 후후, 그 홍백의 비겁무녀년, 다음에야말로 비참한 패배를 안겨주마... 하고 마리사는 이를 갈면서 자신의 집으로 날았다. 상당히 위험한 영역을 날고 있는 그녀의 정신을 반영하듯 그녀의 얼굴에는 시커먼 사기를 띈 미소가 떠올라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를 인요로 착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날아가던 도중, 이상한 여자를 만난 것이다. 그녀가 요괴인지 인간인지는 마리사도 잘 알 수 없었다. 강한지 약한지도 알 수가 없다. 그곳에 서 있는지 아닌지도 애매했다. 마리사는 다만 그녀가 미지 그 자체를 둘러쓴 것 같은 느낌만을 받았다. 그녀는 그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외모 역시 이상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흑일색의 원피스에 맞춘 듯한 흑색조의 피부는 마치 밤의 장막 같았다. 입가에 띈 미소는 자애로운 듯도 하고 교활한 듯도 했다. 살짝 내려간 부드러운 눈꼬리는 요염한 듯하다가도 청순함을 느끼게 했다. 모든 것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에게서 더없이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이마에 있는 세 번째의 눈이었다. 충혈된 검은빛 눈동자가 그녀의 이마에 쭉 그어져 있었다. 고양이의 그것마냥 세로로 쭉 그어진 동공은 추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기분 나쁜 귀기와 사기를 띈 눈동자였다. 그런 그녀가 마리사에게 말을 걸었을 때, 마리사는 당연히 경계했다. 그런 이를 경계하지 않을 리가 없다. 환상향에는 누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설령 상대를 상처입히려 드는 이가 있어도. 그런 것이 환상향이다. 그러나 그런 경계도 그녀가 무언가를 꺼내서 마리사에게 주며 공손히 자기소개를 하자 꽤나 누그러졌다. 그녀는 자신을 니알리라고 칭했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는 요괴로, 환상향에 있어서는 신참이라고 한다. 능력은 '인연을 이어주는 정도의 능력'. 목적은 단지 환상향을 한가로이 여행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그녀에게 인연이 이어지는 것을 가지고 있다며 무언가를 꺼냈다. 그 무언가- 그것은 직경 4인치 가량의 달걀 형상 혹은 형태가 고르지 못한 구체였다. 거의 검은빛 색을 띠고 붉은 줄무늬를 지닌, 규칙성 없는 무수한 평평한 표면을 지닌 다면체였다. 그 재질은 잘 알 수 없었다. 굳이 가장 비슷한 것을 예측해보라면 매우 기묘한 천연수정 정도일까. 그 안에서 비치는 빛은 상당히 신비했다. 무지개색이 합쳐진 무채색. 만색이 합쳐져 만들어낸 심연의 검은색이다. 도저히 그 깊이의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음이 거기에 있었다. 넘쳐흐르는 신비한 마력이 거기에 있었다. 마리사는 한눈에 그것을 가지고 싶어했다. 그리고 니알리는 시원스럽게 그것을 내주었다. 어차피 자신이 가져도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이라며, 마리사에게 인연이 이어진 것이라며 그녀는 입가를 가리고 웃었다. 그리고 마리사는 기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올랐다. 마리사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향상심은 그녀의 본질 가운데 하나이고, 그를 위해서 그녀는 어떤 노력이라도 해낸다. 그리고 마법사에게 있어서 연구라는 것은 거의 생활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 소녀는 희희낙락 연구를 시작하려 했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그 안에서 흘러 넘치는 심연을 무심코 들여다보았다. 그것이 가장 큰 불운이었다, 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니알리가 입가에 띈 것이 비웃음이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신의 악의는 항상 행운을 가장해 찾아온다, 는 것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녀는, 그 심연을 들여다보고야 만 것이다. 심연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그 순간 용이하게 마리사의 눈을 통해 혼으로 침입했다. 예로부터 말했던 것처럼 '눈은 마음의 창'이며, 육체에서 혼에 가장 가까운 부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니체가 말한 것처럼 '심연을 보는 자는, 그 순간 심연에 보여지는 것이다'. 마리사는 혼 자체가 연소하는 듯한 통각에, 뇌를 직접 녹여내는 듯한 열기에 신음하며 빗자루에서 추락했다. 자신의 안에서 끝없는 압력을 토해내는 극채색 우주에 전율하면서. 마리사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있었다. 어느새 비가 내리고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래도 소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혼 자체가 녹아내리고 세계가 의미를 소실하고 시간이 녹슬고 죽음이 죽을 때까지 마리사는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녀가 비가 내리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더 이상 '키리사메 마리사'는 아니었다. 물론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 자체도 아니었다. 그것은 키리사메 마리사였던 것이며 키리사메 마리사인 것이며 키리사메 마리사일 것. 그것은 키리사메 마리사가 아니었던 것이며 키리사메 마리사가 아닌 것이며 키리사메 마리사가 이닐 것. 하지만 그런 것은 결국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지만 말장난이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지금의 마리사는 말장난 그 자체, 이상 그 자체, 부조리 그 자체였다. 있어선 안될 것이었다. 세계 그 자체에 거스르는 섭리의 반역자이며 혼돈의 대리자였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말장난에 불과하기에 키리사메 마리사는 결국 키리사메 마리사일 뿐이였다. 정신을 차린 '마리사', 는 문득 재밌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씨익 웃었다. 완연히 검게 물든 눈동자만이 그녀의 변화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것이, 환상향 대이변의 시작이었다. / VS 샤메이마루 아야 환상향에는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은- 아니, 명확히 말하자면 적으로 돌려서는 안될 존재라는 것들이 넘쳐난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경계요괴에, 인간의 몸으로 환상향의 대결계를 관리하는 하쿠레이의 무녀, 자타 공인 최강이라는 꽃 요괴에, 도깨비 일족의 유일한 잔존자, 완전한 불사를 자랑하는 달의 공주, 유명의 경계를 농락하는 유령, 운명을 지배하는 흡혈귀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모두 한명 한명이 스치는 것만으로 폭발하려 날뛰는 질 나쁜 액체 폭약이며, 서로 섞이는 것으로 그 위력을 더없이 증대시키는 상승작용까지 일으킨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놔두기만 하면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어떤 자극도 가하지 않은 최적의 상태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멋대로 터져대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적으로 돌리고서 멀쩡히 살아날 수 있는 존재라는 건 극히 드물다. 그리고 그런 위험물들 사이에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존재' 순위의 최상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두고 있는 존재가 있으니 그 이름을 샤메이마루 아야라 했다. / 샤메이마루 아야는 텐구다. 까마귀 요괴의 일종으로, 바람을 자유로이 다루는 정도의 능력을 지닌다. 그녀의 속도는 자타 공인 환상향 최속이며, 또한 환상향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다. 창공을 누비는 그 몸놀림은 이미 우아하다던가 하는 영역을 뛰어넘어 물리법칙을 왜곡하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저 스이카 이부키가 자랑하는 스펠카드 '백만귀야행' 조차 우습게 보고 농락했던 그녀의 강함을 무시할 수 있는 이는 적어도 환상향 안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를 '상대하기 곤란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그녀의 강함 뿐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강함은 그녀의 상대하기 곤란함과는 거의 무관하다고도 할 수 있다. 단순히 강하다는 것만이 민폐의 정도를 정하는 척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 행동이나 성격 쪽이 그 민폐의 정도를 결정한다고도 할 수 있다. 환상향에서 그녀가 골치 아픈 이유, 그것은 그녀가 신문발행인겸 기자이기 때문이다. 환상향의 신문은 단 한종류밖에 없다. 붕붕마루신문이라 칭하는 이 수상쩍기 그지없는 신문은, 간단히 말해 삼류 옐로 저널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극미량의 진실에 자극적인 거짓말을 섞어 버무린 싸구려 정크푸드라고나 할까. 하지만 정크푸드는 백해무익한 것을 알면서도 사람을 끄는 법이다. 대체품이 없을 때에는 더더구나. 그리고 그 신문의 발행인이자 유일한 기자가 바로 샤메이마루 아야다. 그렇기에 그녀는 골칫거리다. 그녀에게 말실수를 한번이라도 잘못하는 순간 다음날부터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해서 숨어다녀야 하는 비참한 처지가 될 지도 모르니까. 그 원칙에 예외는 없다. 아무리 강자라고 해도 타인의 시선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묘한 것이다, 사교라는 건. 탄막은 강하다. 하지만 때로는 탄막보다 펜쪽이 더 강할 때가 있다. 사람들 간의 평판에 있어 펜보다 강한 것은 없다- 그리고 탄막만큼 무력한 것도 없다. 그런 그녀는 언제나 사방을 쏘다니며 기삿거리를 모은다. 환상향 최속을 자랑하는 그 다리를 가지고 환상향을 앞마당인 것마냥 누비고 다녔다. 어디든 멋대로 들어가 멋대로 나온다. 순수하게 도망가기로 결정한 그녀를 붙잡는 것은 탄막 정도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확실히 말해 골치 아픈 민폐 덩어리다. 그렇다고 해서 약한 것도 아니니 더욱 골치다. 힘으로 깨부수려고 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자연히, 그 날도 아야는 기삿거리를 모으고 있었다. / "자, 오늘도 힘차게 기사를 모아보죠-" 소년과 같이 힘차고 투명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샤메이마루 아야. 환상향의 천구. 짧게 친 매끈한 검은 머리에, 깔끔한 흑백의 의상. 의외로 소녀취향의 프릴이 달린 짧은 검은색 치마에 단정한 백일색의 티셔츠. 눌러쓴 붉은 모자는 거기에 신선한 액센트를 부여한다. 얼핏 보면 소년으로도 보일 것 같은 중성적인 얼굴에 호감이 가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아야는 창공을 날고 있었다. 어떤 새보다도 빠르고 자유로운 그 몸놀림을 본 자는 그녀에게 중력이 가해지고 있는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역학 자체를 무시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그 기기묘묘한 몸놀림은 눈으로 쫓아가는 것이 벅찰 정도였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그녀의 뒤에 어느새 바짝 붙어서 쫓아오는 이가 있었다. 흑백의 마녀, 키리사메 마리사였다. "뭡니까, 마리사씨?" 어느새 뒤에서 날고 있는 흑백의 마녀를 보며 아야는 의문 섞인 목소리를 냈다. 분명 그녀는 마리사와 안면은 있으나 그렇게 친한 사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인사 정도야 할 수 있지만 굳이 어울려 다니는 정도는 아니다. 아야의 질문에, 마리사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게 말이지. 골치아픈 일이 생겨서 말야." "호오, 기삿거리가 될 수 있는 일입니까?" 기자근성이 몸에 깊이 새어든 아야다운 질문에 마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을 바라보다 아야는 문득 그녀의 눈동자가 검게 물든 것을 발견했다. 마법실험의 부작용이기라도 한 것일까. 아야는 그 사실을 가지고 어떻게 꾸미면 멋진 기삿거리가 될까 생각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으므로 그 사실에 대해 신경을 끄기로 했다. 환상향의 존재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아야 역시 지극히 차가운 성격이며, 그녀 자신에게 관련 없는 일이라고 한다면 설령 환상향이 멸망한다고 해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을 거이다. "환상향이 멸망한다-고, 하면 어때?" 다만, 환상향의 멸망이 아야에게 관계없는 것이 될 수는 없겠지만. 아야는 눈을 가늘게 떴다. 환상향의 흥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그 소잿거리로 나오게 될 것은 하쿠레이 대결계다. 그리고 하쿠레이 대결계라는 이야깃거리가 나오게 되면 그 시점에서 하쿠레이의 무녀와 경계의 요괴 정도는 덤으로 딸려 나온다고 봐도 좋다. 더 꼬이게 되면 천식 마녀나 인형 마녀, 로리 흡혈귀에 거유 망령까지 끼어나오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멤버가 얽혀든 사건이 환상향 전체에 연관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다. 아마 역대 최고의 기삿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마리사의 말에 신빙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별개였지만. "헤에, 그거 참 큰일이군요. 하지만 그런 일은 우리의 하쿠레이 무녀님이 알아서 해결해주실 것 같은데요. 그런 큰 일에 저 같은 일개 까마귀 요괴가 끼어드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닐지?" 가늘어진 아야의 눈이 경계를 담아 반짝였다. 그녀로써는 무리도 아닌 반응이었다. 마리사는 평소에도 그다지 협조적인 취재대상이 아니다. 그런 그녀가 일부러 아야 같은 골칫거리를 끌어 들이려들면서 대는 핑곗거리가 환상향 멸망이라는 거창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라니. 무언가 함정이 있지나 않을까 아야는 경계했다. '텐구가 재료로 필요한 마법 실험'이라도 생긴 것일까. 마리사가 미치지 않은 이상 그 '함정'에 걸려도 죽이지는 않겠지만, 괜히 귀찮은 일에 말려드는 것은 아야로써도 사양이었다. "겸손은. 단순한 '일개 까마귀 요괴'가 스이카의 스펠카드 '백만귀야행' 속을 우습게 보고 자유로이 누볐다고는 하지 않겠지? 그럴 수 있는 빠르기를 지닌 것은 환상향이 넓다해도 단 한 명 뿐이야. 환상향 최속, 샤메이마루 아야." 마리사의 칭찬에 아야는 약간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렇다해도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마리사는 상대를 대놓고 칭찬하는 성격이 아니다. 무엇 때문에 그 마리사가 이렇게 상대를 띄워 줄 필요가 있는 일이 있다는 걸까. "더구나 그 레이무조차도 지금은 꽤나 당황 중이야. 그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는 거지. 필경 하쿠레이 대결계 그 자체에 연관되어, 환상향이 소멸할지도 몰라. 사태의 심각성이 유카리와 레이무 둘이 힘을 합친 것으로도 역부족, 이라고 하면 어때? 그래서 힘있는 자들의 도움이 필요해. 예를 들면 아야, 너 같은." "호오." 여기쯤 되자 아야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그 눈빛에 호기심이 섞였다. "그야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만... 무슨 일인지요?" "지금 이곳에서 설명하기는 좀 그래. 설명은- 그래, 하쿠레이 신사에서. 따라올래?" "아뇨,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제가 먼저 날아가 있겠습니다." 아야는 자신의 급한 성격을 반증이라도 하듯 즉시 마리사에게 등을 돌려 하쿠레이 신사 방향을 향했다. 완전히 경계를 푼 것이다. 제아무리 마리사라고 해도 '하쿠레이'의 이름을 걸고 섣부른 장난질을 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저 하쿠레이 레이무를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는 이는 적어도 환상향에는 없다, 고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방비하게 등을 돌렸다. 단 한 점의 경계조차 없이 마리사에게 등을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실책이었다. 급작스럽게 부풀어오르는 마력의 기색. 아야조차 채 반응하기 힘들 정도의 무서운 속도로 막대한 마력이 휘몰아치며 스펠을 이룬다. 스펠카드의 선언조차 없이 방대한 마력이 휘몰아치며 정교한 식을 이룬다. 이루는 식은 키리사메 마리사라고 하는 마법사가 확실하게 '살의'를 담아 상대를 죽이겠다고 결정할 때 아무런 주저없이 선택할 바로 그 스펠. 흑마법사 마리사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 키리사메 마리사는 환상향 최강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확실히 말해 환상향의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마포사다. 일발의 화력으로 그녀를 능가할 수 있는 것은 환상향 전체에서도 플라워 마스터 카자미 유카 뿐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산 하나조차 가볍게 날려버리는 위력의 스펠을 일컬어 이렇게 부른다. 연부戀符 마스터 스파크.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서, 등뒤 영거리에서 작렬한 환상향 최강의 마포는, 샤메이마루 아야를 잔혹하게 유린했다. / 굉음과 흙먼지가 사방을 뒤덮었다. 뿌옇게 피어오른 흙먼지가 태양빛을 가려 사방은 삽시간에 밤이 되었다. 멀쩡했던 환상향의 한 평야는 완전히 폐허로 변해 있었다. 한 마법사가 사역한 압도적인 파괴력 앞에서 자연 따위는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다. 그 참상은 흡사 고대의 마수가 유린한 대지가 속살을 드러내며 울부짖고 있는 듯 했다. 그 속을, 키리사메 마리사는 한손으로 모자를 눌러쓴 채 날고 있었다. 그 입가에 띈 잔인한 미소는, 키리사메 마리사라고 하는 인격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언제나의 흑백의 마녀와는 가장 맞지 않는 악의가 그 미소에 머물러 있었다. 분명 키리사메 마리사는 제멋대로다. 차갑다. 방약무인하다. 오만하다. 부끄러움을 모른다. 소유권에 대한 기본적 도덕관념이 상당히 희박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구제불능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적어도 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인간은 아니다. 멋대로 타인에게 가까워져 상대의 마음을 훔치고서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파렴치한이지만, 적어도 자신과 관계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투덜거리면서 상대를 도울 수 있는 인간이다. 하물며 멋대로의 사정으로 누군가를 죽이려 드는 살의 같은 것, 가질 수 있을 도리가 없다. 황폐해진 대지에 아야는 누더기가 되어 내팽개쳐져 있었다. 그나마 살아 있고, 신체가 부분적으로 결손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야 정도이기에 가능한 기적이다. 순간적으로 피하려는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었기에 일어난 행운이다. 보통의 요괴였다면 맞은 시점에서 산산조각이 나 무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최강의 마포사인 키리사메 마리사가 진심으로 살의를 담아 쏘아낸 마스터 스파크를 영거리에서 완전 무방비 상태로 맞은 것이다. 이미 장난이라거나 탄막놀이의 레벨이 아니다. "저-기. 살아 있어?" 마리사의 비웃음에도, 아야는 반응할 수가 없었다. 몸이 조각조각나 있는 것 같았다. 거인의 망치에 얻어맞아 가루가 되었다고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목 안쪽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피비린내. 내장이 갈기갈기 끊어져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샤메이마루 아야다. 그녀는 억지로 영력을 모아 손에 힘을 주어, 땅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 동작으로 인해 피가 입속에서 넘쳐흐르고 팔에서 뼈가 부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나도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위에서 바라보는 마리사를, 적의를 담아 노려본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에 마주 대하는 것만으로 혼이 날아갈 것만 같은 강렬한 살의. 타인을 세상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가장 순수한 의지 그 자체. 그 눈빛을, 마리사는 비웃음을 담아 가볍게 받아냈다. "속인 거냐." 이제 아야는 존대마저 집어치웠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취재고 뭐고 알 바 아니다. 키리사메 마리사는 이미 그녀의 적. 섬멸하지 않으면 안되는 대상이다. 그녀의 몸에서 들불처럼 솟아오르는 적의의 밀도는 끝을 모르고 상승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사는 여전히 가식적이나마 적의를 표하지는 않고 있었다. "속이지 않았어? 걱정하지 마. 환상향은 멸망할 거야. 이 내가, 지금부터 멸망시킬 거야." "하, 그쪽이?" 아야는 코웃음을 쳤다. 키리사메 마리사는 강하다. 환상향에서도 톱클래스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하쿠레이의 무녀나 스키마요괴와 같은 괴물들과 동급에 놓기에는 크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린 미친 짓을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미쳤다고 할까. "상황도 좋지 않으면서 참 건방지네, 텐구." 그 말과 동시에, 마리사에게서 쏘아진 탄환 하나가 아야의 팔꿈치를 강타했다. 상당한 마력이 담긴 강력한 탄환의 충격은 가볍게 아야의 뼈를 꺾어 부숴뜨렸다. 두손으로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던 자세가 꺾이고 아야는 그대로 턱부터 땅바닥에 처박혔다. 요괴의 드높은 자존심이 용납할 리가 없는 사건이다. 과연 아야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런 굴욕, 만약 마리사를 찢어 죽인다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야는 최우선 행동과제를 도망으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아야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목숨을 버리는 단세포가 아니었던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상향 제일의 마포사와 전투를 한다는 건 자살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아야의 강함은 능력 외에도 그 요력에서 기인하는 압도적인 신체능력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바람을 다루는 능력만으로 어찌 마리사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아야는 돌연 요력을 집중해 마리사에게서 몸을 돌렸다. 손발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사역한 바람은, 충실한 시녀처럼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떠받치고 마리사로부터 멀어지게 하려 했다. 잔류하는 요력을 전부 끌어 모아정상이 아닌 몸을 추스른다. 말 그대로 필사의 도주다. 요괴가 인간에게 도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분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워 웃음조차 터뜨리고 싶을 정도였다. 도망쳐서 회복하기만 하면 갈갈이 찢어주겠노라고 아야는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 원념의 농밀함을 증명하듯 그녀의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평상시 완전한 때의 최고속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평상시의 속도 정도는 보여주고 있었다. 현재로써는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속도.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리라 기대하며, 아야는 전심전력으로 도망쳤다. 이제부터는 행운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며. 결론적으로, 여기서 그녀에게 불운이랄 게 있었다고 한다면 마리사에게는 마스터 스파크 외에도 스펠이 여러개 있었다는 점이다. 혜성 '블레이징 스타'. 빗자루를 타고 날아드는 마리사의 돌격은, 아야의 등에 그대로 작렬했고. 그리고 아야는 재미있을 만큼 우스꽝스럽게 날아가 땅에 처박혀 상당한 거리를 데굴데굴 굴렀다. / "살아 있어?" 이제 아야는 마리사의 웃음 섞인 말에 대답조차 불가능했다. 끊임없이 입 속의 피거품을 게워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녀는 한계였다. 그녀가 인간이었다면 맞은 즉시 물풍선처럼 터져나갔을 일격에도 살아 있다는 것은 거의 경이적인 일이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녀조차도 그것이 한계였다. 블레이징 스타는 마스터 스파크에 직격당한 상태에서 맞고도 멀쩡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스펠이 아니다. 아야의 눈은 이미 흐릿해져 사물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다. 그저 윤곽정도만을 간신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귀는 이미 희미한 이명만이 들려올 뿐 완전히 기능을 정지한 상태였다. 미각은 피비린내 이외의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던 반면, 후각은 피비린내마저 더 이상 인지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그녀의 등에서부터 가슴으로 뚫린 커다란 구멍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 할 것이다. 블레이징 스타의 파괴적인 돌격력은 요괴의 몸조차 자연스럽게 유린했다. 늑골이 여러개 부숴져 날아가고, 심장은 반에 좀 못 미치게 찢겨져 날아갔다. 이미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인 폐는 핏물로 가득 차 호흡이라는 본래 기능을 실행하는 것은 무리였다. 요괴이기에 살아있다, 라고 밖엔 할 수 없는 참상이었다. 그리고 그 참상을 만들어낸 흑백의 마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 자신 외에는 아무도 듣지 않을 말을. "운이 나빴다고 생각해 줘. 너는 신문을 만든다면서 여기저기 멋대로 들쑤시고 다니잖아? 골치 아프다고 할까, 그런 거. 지금부터 일으킬 대이변에 혹시라도 방해가 될 지도 몰라. 사실은 누군가가 누명을 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낼 지도 몰라. 내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눈치 챌지도 몰라. 가장 제 3자적인 객관성을 고수할 수 있는 것이 너니까 말이지. 그렇지 않더라도 신문 같은 거, 완전히 백해무익한 물건이고. 그러니까, 그런 거 골치 아프거든. 그러니까 너부터 죽어 줬으면 해. 그래도 걱정하지 마. 곧 환상향의 모두를 명부로 보내 줄 테니까. 염라님에게 안부라도 전해 줘." 마리사 자신 외에는 아무도 듣지 못할 광기 어린 말을 내뱉으며, 마리사는 빗자루를 땅에 쓰러진 아야에게 내밀었다. 아야의 눈에 이미 빛은 없다. 이미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볼 수도 없으리라. 그냥 내버려둔다 해도 곧 죽을 정도의 상처다, 하고 마리사는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직접 죽이는 것이 즐겁지, 하고 마리사는 씨익 웃었다. 그 사기를 담아 검게 물든 눈동자에 비견될 만한 어두운 마력이, 정상적인 마리사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마력이 그녀에게서 조금씩 방출되었다. 이윽고 그것이 다시 식을 이루고, 아야를 향해 살의를 담아 방출되었을 때, 샤메이마루 아야라고 불렸던 요괴는 더 이상 원형을 찾아볼 수 없는 고깃덩이가 되어 있었다. 다시는 빛을 비출 일이 없을 안구가 두개골에서 해방되어 땅바닥 위를 구르고, 농부가 밭에 뿌리는 씨앗처럼 치아는 점점이 흝어져 있었다. 뼈는 완전히 가루가 되어, 그 원형을 추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단지 땅 위를 흐르는 피만이 아야라고 하는 존재가 증명했음을 추억하듯 고요히 흘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리사의 입에서, 문득 작게 웃음이 새고. "쿠, 하, 아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 광기에 찬 웃음소리만이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는 환상향의 어떤 곳에서 고요히 울렸다. -------------------------------------- 스스로가 쓴 글을 다시 보면 마음에 드는 날이라는 게 올지부터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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