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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미얄의 추천-굽다 말고 내놓은 데코레이션 케이크

[리뷰?] 미얄의 추천-굽다 말고 내놓은 데코레이션 케이크

 


  미얄의 추천-굽다 말고 내놓은 데코레이션 케이크

 

  예로부터 한국 환상문학계에서 소위 '개념작'으로 불리우는 글을 찾으라고 한다면,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그 글이 바로 '갑각나비'이다. 갑각나비는 치료사 레이즈와 그를 쫓는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그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작가의 여러 가지 실험적인 서사방식으로 많은 인기와 관심을 끌었다. 케이크로 비교를 하면 멋진 장식이 된 데코레이션 케이크인 셈이다.


  그런 갑각나비의 작가, 오트슨이 한국산 라이트노벨을 선언하고 나선 시드노벨의 첫 타자 중 하나로써 발탁되었음을 알았을 때, 많은 이들은 환호했다. 시드노벨이라는 브랜드에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던 부류들 중 많은 이들이 시드노벨에 호의적으로 돌아선 계기가 미얄의 추천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인은 '오트슨을 발탁할 정도의 편집부가 골랐으니 앞서 발표된 두 작가의 글도 다시 봐야겠다' '오트슨을 고를 정도의 편집부에 그동안 혹평만 가해와서 사과한다'라는-보는 사람이 낯부끄러울 정도의 말들까지 본 적 있다. 그 정도까지 작가에 대한 호평만이 넘쳐났으니, 시드노벨에 무관심하던 이들이 미얄의 추천에, 그리고 시드노벨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오트슨의 소위 '개념작가'로써의 네임밸류가 얼마나 굉장했는지에 대한 증명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이야기의 파티쉐인 오트슨이 내놓은 '미얄의 추천'[이하 미얄]이라는 케이크는, 기존에 떠돌던 소문과 기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미얄의 추천-빵이 덜 구워진 케이크

 

  가끔씩 케이크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다 보면, 케이크 위에 얹혀 있는 과일이나 초코렛 등의 데코레이션 때문에 싸움이 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에게 있어 데코레이션은 때로는 빵보다도 매력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케이크를 먹는 목적이 데코레이션이라고 말한다면, 또 빵이 덜 구워져 있는데 데코레이션만 멋진 케이크를 아이들에게 내놓는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케이크를 먹는 목적은 빵이다. 그 위에 올려진 데코레이션은, 아무리 멋지고 맛있어도 근본적으로 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미얄이라는 케이크는 근본적으로 실패작이다. 데코레이션은 멋진데 빵이 덜구워져 있다. 그것은 미얄이라는 케이크의 규격이 라이트노벨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우선, 미얄과 민오의 만남이라는 계란과 묘리의 꿈이라는 밀가루가 제대로 섞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얄의 추천이라는 케이크는 구워지기 위해 근본적으로 주인공인 민오와 히로인인 미얄의 만남이라는 달걀을 잘 저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여기서 편리한 설명을 위해, 같은 시드노벨로써 출간된 '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이하 초인동맹]를 예로 들어보자. 초인동맹 1권은 초인동맹 시리즈라고 하는 커다란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1권을 통째로 주인공 지우의 심적 갈등과 그것을 해소하고 초인이 되는 과정에 할애했다. 그러나 초인동맹은 1권 자체만으로도 전체 시리즈에서 분리된 별개의 케이크로써 내놓을 수 있다. 모든 부분이 개개로써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함과 동시에 전체로써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1권의 악역 '크래쉬맨'은 지우가 자신이 초인임을 알게하고[지우를 병원으로 보냄] 지우가 스스로의 초인성을 인정하고 각성케하는 장치[지우에 의해 교도소로 직행]로써 충실히 기능하고 있으며, 이는 20권을 넘는 책을 낸 반재원이라는 작가의 경험과 글솜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미얄의 추천은 다르다. 미얄의 추천 1권은 민오의 꿈에 의한 갈등과 미얄의 해결이라는 첫 번째 사건, 그리고 묘리의 꿈에 의한 갈등과 미얄의 해결이라는 두 번째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개의 사건이 병렬적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얄의 추천은 한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부실하다. 애초에 미얄은 민오의 꿈에 대해 무엇을 해결한 것인가? 실제로 작품 내에서 민오는 '자신이 이대로 잠수정을 타고 돌아간다면 다시 그 꿈을 꾸게 된다'고 말한다. 민오의 꿈이라는 폭탄은 그대로 살아 있다. 미얄은 언드림으로 그것을 잠재웠을 뿐이고, 결국 그것은 이야기 마지막에 터져서 애꿎은 묘리를 죽였다. 민오의 꿈과 갈등은 전혀 해결되어 있지 않다! 미얄이라는 케이크의 계란은 제대로 저어져 있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작가는 급작스럽게 묘리의 꿈으로 사건 전개를 옮겼다. 첫번째 사건의 연장선격인 줄 알았는데 두번재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잠수정->캡틴->베르쥬->교수->묘리->묘리 사망의 6연타는 한마디로 말해서 뜬금없다. 뭔가 중간을 생략하고 넘어간 것 같은 찝찝함과 작위성을 느끼게 한다. 계란조차 다 저어져 있지 않은데, 갑작스럽게 밀가루를 들이부어댄 것이다.


  이러한 무책임함과 갑작스러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토끼라는 키워드로 이어진 용궁과 달나라라는 메타포도 마찬가지다. 용궁이라는 메타포는 맨 처음 미얄이 침몰저택에 왔을 때부터 언급되지만, 그것은 최종적으로 묘리의 간이 토끼였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만 사용되고 자취를 감춘다. 더할 나위 없는 작위성과 위화감을 남기면서. 그리고 찝찝하지만 완벽하게 사라진 용궁의 자리를 곧바로 달나라가 차지하는 것이다.


  아망파츠의 형태가 토끼라는 사실을 히로인 미얄은 이미 알고 있었던 듯하고, 그것을 백숙이라는 단어로 암시하지만 그 암시가 효과적이라고는 빈말로라도 하기 어렵다. 백숙의 암시는 허공에 붕 떠 있다. 하지만 또 일러스트로까지 그려져 있는 '어째서 다섯배로 늘어서 사망한 것일까' 장면을 보면 진짜로 알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순간적인 영감인 것인지 아망파츠 제작자와 민오의 사고가 놀랄 만큼 일치하는 것뿐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사건->추리->진상이라는 과정에서 추리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빈약한 것도 또 하나다. 물론 미얄은 추리 소설이 아니라 라이트노벨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겉멋의 형태로라도 미스터리를 취하는 이상, 최소한의 미스터리로써의 형식을 갖춰줘야 하는 것이 예의이리라. 그런데 사람이 죽고 나서 그 진상을 알아내는 과정이 51페이지뿐이다. 그것도 좀더 정확히 말하면 10페이지, 아니 8페이지밖에 쓰지 않았다. 무릇 미스터리는 진상을 밝혀내는 과정이 가장 주가 되어야 한다.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을 취하는 글은 본론의 양이 가장 많아야 하는 것처럼. '악마의 파트너' 같은 짜가 추리물도 전체 책분량의 반은 넘게 추리하는 척을 했었단 말이다. 민오와 미얄의 만남에 그 정도의 분량을 할애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현상은 아무래도 미얄이라는 탐정역이 지니는 정보량의 다대함에 기인한다. 미얄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아망파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0페이지만을 써서도 충분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독자는 아니다. 독자는 사전에 그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여기에서 정보량의 불균등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에게는 전개에 대한 이해부족과 위화감, 그리고 작위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참고로 덧붙여두자면, 이런 경우는 팬픽션이라 불리우는 종류의 글에 많다. 사전에 독자가 원작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리라 가정하고 써 내려가는 글 말이다.


  덧붙여서, 맨 마지막에 아무리 초록이 상식을 초월하게 난장판을 쳤다고는 해도 미얄이 말하는 '나도 공간을 넘나드는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에 희색밖에는 표하지 않는 침몰저택의 인물들은 상식을 지나치게 빨리 무너뜨릴 수 있는 인간들이지 않을까.

 

  미얄의 추천- 화려한 데코레이션, 결국 장식일뿐인.

 

  라이트노벨이라는 케이크에 있어 빵은 서사에 해당한다. 그 외의 것은 무엇이건 근본적으로 데코레이션에 지나지 않는다. 라이트노벨이라는 케이크는 서사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물론 서사가 중요하지 않은 문학이라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라이트노벨에서는 그 정도가 크다.


  그런 점에서, 그리고 미얄이라는 글이 호평을 받는 여러 부분-상징, 함축, 비유, 문체, 묘사 등은 전부 데코레이션에 해당하는 것이다. 결국 그뿐이다. 미얄의 첫문장이 아무리 함축적이건, 유일하게 민오에게 등을 떠밀려도 괜찮은 그네 뛰는 소녀 미얄의 히로인으로써의 완전성이 어떻건, 그 비유가 얼마나 상징적이건, 그 대사가 아무리 주옥같건 간에, 모두 그것은 케이크를 꾸미는 장식이다. 빵을 대체하는 것은 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미얄이라는 글은 서사가 미숙하다. 본인은 그 이유를 작자 오트슨이 아무리 유명하건 결국 아마추어였다는 것에서 찾고 싶다. 오트슨은 갑각나비라는 케이크로 찬사를 받아온 파티쉐지만, 갑각나비는 결국 인터넷에 연재되는 도중인, 완결조차 안 난 글이다. 자신이 그리는 이미지를 옴니버스라는 형태로 마음껏 펼쳐놓기는 했으되, 아직 빵조차 제대로 굽지 않았다. 네티즌은 제작과정만 보고서 찬탄하고 있는 꼴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말이 있지만, 모든 훌륭한 떡잎이 훌륭한 나무로 자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라이트노벨은 다르다. 라이트노벨은 한권 한권이 별개의 이야기로써 기능하는 것을 목적하는 글이다. '전체의 한 부분으로써만' 기능하는 글을 라이트노벨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이트노벨은 한권 내에서 서사가 제대로 시작하고, 또 제대로 끝나야만 한다. 그것을 해낸 반재원과 못 해낸 오트슨의 차이는 명확하다. 결국 반재원은 프로이고 오트슨은 아마추어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트슨은 라이트노벨의 엄격성에 자신의 글을 억지로 맞추려다가 케이크가 어그러졌을 뿐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어느 경우에도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얄의 추천-그러나, 아직은 덜 구워진.
 


  전체적으로 미얄이라는 글에 대해 혹평에 가깝게 글을 쓰기는 했으나, 기실 미얄이 너무나도 형편없는 글이다, 라고 단정짓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인터넷 상에서 범람하는 무분별한 찬사에, 이런 점에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슬쩍 써본 글에 불과하다. 결국 오트슨은 신인에 불과하고, 아직 그는 많은 글을 쓸 수 있다. 미얄 자체도, 충분히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만인을 매혹할 수 있는 더 멋진 케이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by ki-etri-on | 2007/08/03 20:55 | 감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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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인력거 at 2007/08/04 01:37
낚시바늘과 물고기... 공감이 잘 안가더군요.
Commented by 메리오트 at 2007/08/04 11:21
신인작가라는걸 생각해보면..
Commented by 펑거스 at 2009/06/11 19:34
모든 책엔 혹평과 호평이 있기 마련이죠.
세간에서 미얄에 대해 그렇게 무지막지한 혹평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그렇게 막나가는 혹평이 아니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네요.
1권은 술술 읽어내려갔지만, 2권에선 마지막에 박에 대한 미스테리를 풀어나갈 때 작위성이 살짝 보였거든요. 3,4,5권의 이야기들 덕분에 여전히 대호평을 받고 있지만...
한권 단위로 당위성을 맞추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군요. 좋은 글 잘 읽고 링크 업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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